“우리는 데이터와 전쟁, 그리고 경제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2025년 10월,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린 FuturOps 2025 컨퍼런스는 단순한 기술 행사가 아니었다.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는 자신들이 더 이상 ‘빅데이터 분석 회사’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운영 두뇌가 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줬다.

그리고 이 변화는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올해 2분기, 팔란티어는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전년 대비 48% 성장이라는 폭발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2025년 전체 매출은 약 38억 9천만 달러(약 5조 3,600억 원)로 전망되며, 이는 전년 대비 36% 성장에 해당한다.
주가는? 2025년 들어서만 109~324% 상승하며, 연초 주당 45달러였던 주가가 175~18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은 4,250억 달러에 육박하며, 테슬라·엔비디아와 함께 서학개미들의 3대 최애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루멘과의 ‘2억 달러 동맹’이 만든 파장
10월 23일, 팔란티어는 미국 통신기업 루멘(Lumen Technologies)과 2억 달러 규모의 다년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이 계약은 팔란티어의 Foundry와 AIP(인공지능 플랫폼)를 루멘의 엣지 컴퓨팅과 브로드밴드 인프라 전반에 통합하여, 전통적 통신망을 ‘AI 중심 네트워크’로 전환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실제 효과는 충격적이었다. 루멘은 팔란티어 기술 도입 후 올해만 약 3억 5천만 달러(약 4,818억 원)의 비용을 절감했으며, 2027년까지 누적 10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 절감을 목표로 설정했다.
팔란티어 측은 “우리 플랫폼은 기존 데이터 레이크 방식보다 빠르고 저비용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력은 팔란티어가 올해 체결한 19번째 AI 파트너십으로, 항공·헬스케어·통신·국방 등 다양한 산업에서 실시간 데이터 통합과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며 AI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다.
루멘 CEO 케이트 존슨은 “AI를 실제 운영에 접목함으로써 기업이 일하는 방식과 경쟁 구조, 성장 전략 전반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100억 달러 미 육군 계약, 그리고 ‘공급자 고착’ 전략
2025년 7월, 팔란티어는 미 육군과 최대 100억 달러 규모의 10년 엔터프라이즈 계약(EA)을 체결했다. 이 계약의 핵심은 기존 75개의 분산된 계약을 단일 창구로 통합했다는 점이다.
75개라는 숫자는 팔란티어의 기술이 이미 육군 내 다양한 사령부, 프로그램 오피스, 개별 부대에 의해 파편적으로 조달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분산적 접근은 필연적으로 비효율성, 전사적 가시성 부재,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지 못함에 따른 단위 비용 상승을 초래했다.
따라서 이번 EA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선제적 결정이라기보다는,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통제하기 어려워진 기술 의존성을 인정하고, 여기에 질서와 경제적 합리성을 부여하려는 육군의 후속 조치에 가깝다. 이는 팔란티어가 전술 및 작전 수준에서 상당한 수준의 ‘공급자 고착(vendor lock-in)’을 이미 달성했으며, 이로 인해 육군이 전략적 차원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또한 팔란티어는 영국 정부와도 10억 달러 규모의 AI 군사 계약을 체결했으며, 정부 부문 매출은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5% 성장한 3억 7,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FuturOps 2025: AI 운영체제 시대의 선포식
10월 22~23일 텍사스 댈러스에서 개최된 FuturOps 2025는 팔란티어의 첫 독립 사용자 컨퍼런스로, 기업·투자자·개발자·정부 기관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팔란티어 플랫폼의 실제 활용 사례를 공유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Use Case Rodeo’라는 독특한 경연이 열렸다. 21개의 선정된 사례가 무대에 올랐고, 3명의 심사위원이 실제 성과를 평가해 시상하는 형식이었다. 이 모든 사례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팔란티어 플랫폼으로 기업과 정부의 실제 운영 의사결정을 AI로 자동화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햄버거 체인점 웬디스의 공급망 담당자는 팔란티어의 AIP 도입으로 15명이 하루 동안 걸렸던 작업을 5분 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일단 작은 프로젝트에서 효과를 체험한 기업은 팔란티어 기술 적용 범위를 점점 넓혀가곤 한다.
컨퍼런스 후 참가자들이 남긴 후기는 대체로 “팔란티어 없이 효율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내용으로 수렴됐다. 이는 팔란티어가 단순한 소프트웨어 공급자가 아니라, 산업별 ‘운영 OS’로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다.
알렉스 카프, “우리는 우리 자신과 경쟁한다”

Portrait of Palantir CEO Alex Karp waving against a neutral background
10월 중순, 팔란티어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알렉스 카프(Alex Karp)는 서울을 방문해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 행사를 열었다. 철학 박사 출신에 ADHD가 있고 극단적으로 솔직하기로 유명한 그는, 인터뷰 도중 “총각김치를 외친” 독특한 인물이다.
카프는 한국 방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우리의 가장 큰 개인 투자자 그룹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개인 투자자들을 사랑해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분들이죠.”
그는 팔란티어가 무려 600배에 달하는 PER로 거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시다시피, 우린 주로 우리 자신과 경쟁합니다. 가끔 어리석은 짓을 하면서요. 딱히 누구와 경쟁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건 좀 더 아시아적인 관점, 즉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계속해서 더 나아지게 만들려는 방식으로 생각하는 게 도움 됩니다.”
그는 또한 “훌륭한 기술 회사를 만드는 것과 음악 밴드를 만드는 건 사실 그렇게 다르지 않다”며, K팝을 수출하는 한국의 문화적 역량과 기술 개발 능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언급했다.
민간 시장으로의 전환: 상업 부문 52% 돌파
팔란티어는 2003년 CIA의 자금 지원으로 출발했지만, 지난 3년간 대규모 전환을 이뤄냈다. 전체 매출의 52% 이상이 상업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 상업 부문 매출은 68% 급증했다.
2025년 2분기 기준, 팔란티어의 매출총이익률은 80%에 달하며, 조정 영업 마진은 46%, 조정 잉여 현금 흐름은 5억 6,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8분기 연속 흑자 행진 중이며, Rule of 40 점수는 94점으로 개선되어 견조한 사업 건전성을 나타냈다.
팔란티어의 고객 유지율은 90%를 넘어섰고, 미국 상업 매출 가이던스는 13억 200만 달러 이상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팔란티어가 ‘정부 의존형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나, 민간 기업들의 AI 전환을 주도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논란과 비판: 고평가 vs. 실질 성장
물론 팔란티어를 둘러싼 논란도 만만치 않다.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이 234~400배, 주가매출비율(P/S)이 92~130배라는 경이적인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어, 역사적으로 유사한 가치평가를 받았던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평균 81% 하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분석가들의 컨센서스 등급은 ‘보유(Hold)’에 머물러 있으며, 평균 목표 주가는 112~115달러 수준으로 현재 주가 대비 상당한 하락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긍정론자들은 100억 달러 규모의 육군 계약 상한선이 팔란티어가 미 정부의 기본 운영체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서사를 입증하며, 높은 가치평가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고 본다. 실제로 11월 3일 발표 예정인 3분기 실적에 대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분기 매출 10억 9천만 달러에 주당 순이익(EPS) 15센트를 예상하고 있다.
AI 시대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팔란티어는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추적 작전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던 ‘국가 안보용 빅데이터 기업’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팔란티어 플랫폼은 테러범 추적뿐 아니라 투자은행의 사기거래 적발, 제약사의 신약 개발 데이터 분석, 페라리의 더 빠른 포뮬러1 자동차 개발에도 쓰이고 있다.
팔란티어가 FuturOps 2025에서 보여준 것은 단순한 기술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각 산업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운영체제가 이미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케이트 존슨 루멘 CEO의 말처럼, “AI를 실제 운영에 접목함으로써 기업이 일하는 방식과 경쟁 구조, 성장 전략 전반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 세계가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한 ‘AI 제국’의 설계자, 팔란티어라는 이름이 있다.
💡 핵심 요약
- FuturOps 2025: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린 첫 독립 사용자 컨퍼런스로 AI 운영 자동화 사례 대거 공개
- 루멘 계약: 2억 달러 규모 파트너십으로 통신망을 AI 중심 네트워크로 전환, 올해만 3.5억 달러 비용 절감
- 미 육군 100억 달러: 10년 엔터프라이즈 계약으로 75개 분산 계약 통합, ‘공급자 고착’ 전략 성공
- 폭발적 실적: 2분기 매출 10억 달러 돌파(전년 대비 48% 증가), 연간 36% 성장 전망
- 주가 급등: 2025년 들어 109~324% 상승, 시가총액 4,250억 달러
- 상업 전환: 매출의 52% 이상이 민간 부문, 미국 상업 부문 68% 성장
🔮 투자 포인트
-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실적 기반 성장세 지속
- 11월 3일 3분기 실적 발표 주목(예상: 매출 10.9억 달러, EPS 15센트)
- 민간 AI 솔루션 매출 비중이 60% 넘길 경우 새로운 밸류에이션 구간 진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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